경제위기 해결을 외쳐온 황 대표가 허허

유성옥칼럼 | 입력 : 2019/06/07 [11:04]

▲ 유성옥 칼럼    

영수(領袖), 옷깃과 소매를 뜻하는 한자로 남 눈에 잘 띄는 국가나 정당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데 사용한다. 정치권에선 대통령과 야당 총재의 일대일 만남을 영수회담이라 불렀다. 박정희 대통령은 난국 타개용으로 영수회담을 활용했다. 한-일 협정과 베트남전 파병이 논란이던 1965년 7월 박순천 민중당 총재를 만난 게 대표적이다. 1975년 김영삼 신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은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민생 파탄과 경제위기 해결을 외쳐온 황 대표가 대통령과 특정한 형식의 회동만 고집하는 건 지나치다. 그는 5월14일 문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도 일대일 형식을 요구하며 거부했다. 그는 여러 당 대표들이 모여 한마디씩 거드는 회담은 의미가 없다며 일대일 회담을 원하지만 어렵다면 3당 원내교섭단체 회동 직후 일대일 대화까지는 용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청와대가 5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담을 동시 제안한 것일 텐데, 이것도 거부하는 건 다른 정당 대표를 아예 무시하는 처사다.

 

황교안 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일대일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온갖 핑계를 대면서 거부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저와 단독 만남을 피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독상을 원하는 황 대표의 의도를 잘 알기 때문에 청와대는 5당 대표 먼저, 다음에 단독 회담을 하자는 것이다. 이번엔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6월4일 한국당에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과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회담 동시 추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7일로 회동 시기도 명시했다.

 

황 대표가 급한 것은 경제를 챙기고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일이라며 대통령 북유럽 순방 전에 제1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한 데 대한 공개 답변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3당 원내대표 회동 뒤 일대일 대화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답답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열린 5당 대표 회동에 두차례나 불참했던 홍준표 전 대표도 지난해 3월7일엔 5당 대표 회동에 참석한 바 있다. 그리고 한 달 뒤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별도로 했다. 더욱이 지난해 8월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5당 여야정협의체를 출범시켰던 터다.

 

이런 틀을 완전히 무시한 채 3당 원내대표가 만난 뒤 일대일 회담을 주장하는 건 아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황 대표는 이날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당이 특별기구까지 만들어 경제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위원회가 만들 정책이 내년 총선과 2020년 대선까지 당을 이끌 견인차라고 했다. 지금 총선-대선용 위원회보다 시급한 건 국회 정상화다. 국회는 지난 5월1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낸 추가경정예산안은 41일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김영삼이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 회복을 요구하자. 박정희는 어린 자식들만 데리고 혼자 사는데 무슨 욕심이 있겠냐. 직선제와 민주화를 해놓고 물러나겠다며 사나이 명예를 걸고 비밀로 해달라고 했단다. 김영삼은 비밀을 지켰으나, 박정희의 약속은 결국 거짓말로 끝났다. 김대중 정부에선 8차례 야당 대표와의 단독 영수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7월 한나라당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나는 여당의 영수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이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표끼리 만나 회담하는 게 여야 영수회담이라면서 거부했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고 당무는 물론 소속 의원까지 쥐락펴락하는 제왕적 총재가 사라지고, 당 대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대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위기의 박근혜는 즉각 수용했고, 바로 다음날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결국 야권공조 붕괴를 우려한 민주당 의원들이 밤에 의총까지 열어 영수회담을 전격 취소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한동안 5당 대표 회동을 고수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참석을 거부하자. 2017년 7월, 9월 두번이나 민주당-미래당-평화당-정의당 대표만 참여한 4당 대표와의 회동을 강행했다.

 

2017년 12월, 홍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안보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은 거부했다. 결국 2018년 3월7일에야 완전한 5당 대표 회동이 성사됐다. 고로 5당 대표 회동 뒤 일대일 회담과 3당 원내대표 회동 뒤 일대일 회담이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을 정도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황 대표 말처럼 민생이 파탄나고 경제가 위기라면 국회부터 정상화하는 게 제1야당 대표의 책임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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