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성옥)정치인들 막말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편집부 | 입력 : 2019/02/25 [09:02]

▲ 유성옥 dk 본부장

군사작전에서 위력정찰(威力偵察)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수의 병력으로 적을 위협해 정황을 드러내게 만드는 수색 또는 정찰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적의 정황을 알아내려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수색 있는 것을 알고 그 상태를 자세히 알아내는 정찰, 스파이를 파견해 아군의 이목으로 삼는 첩보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적의 경계가 엄중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가 곤란한 경우는 주력부대의 공격에 앞서 소수의 부대로 적의 경계태세에 자극을 주어 반응을 일으키게 만든다.

 

본래는 갑과 을의 사정이 서로 유사한 경우에 한 쪽을 건드리면 다른 한 쪽도 반응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왕노의 경우는 주부가 벌을 받게 되면 그와 한통속인 자신도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뜻을 더 확대해 반대의 입장에서라면, 주도면밀하게 대처를 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미리 대비를 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각종 투쟁의 과정에서 거짓 공격으로 적의 상황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상대의 정황-실력-의도가 확실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된다. 공격방법이 결정되면, 상대가 대비하지 못할 때 공격해야 이길 수 있다.

 

타초경사는 원래 뱀이 숨어있는 풀숲을 건드려 뱀을 끌어낸 다음, 그 상태를 확인하고 잡거나 죽인다는 의미이다. 정계 거물의 범죄를 수사할 경우 직접 본인을 조사하지 않고 그의 비서나 운전기사를 추적한다. 그러나 위력정찰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아무 상황에서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위력정찰은 한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격이다. 타조경사는 계략과 융합돼 보다 효과적인 전술로 발전했다. 성공과 실패를 막론하고 타초경사를 활용한 투쟁사례는 역사에 끊임없이 등장해 신비하고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 냈다. 적장을 잡으려면 먼저 그가 탄 말을 쏘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당의 중진들은 앞다퉈 유감을 표명하고 막말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5/18 망언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기미다. 정치권에서 막말과 설화(舌禍)는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여러 해 전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시사평론가들이 막말을 일삼아서 비난을 자초하고 결국은 자신들이 관련된 정당에 부담을 안겨준 전례가 있다. 최근에도 여당 대표가 야당 정치인들 행태를 정신적 장애에 비유했다가 사과한 일이 있다. 하지만 이번 막말 사태는 이전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인터넷 방송이나 단체 행사에서 있었던 발언이 아니라, 정당의 공식적인 행사, 즉 정치적 의견 표명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잘못된 비유나 실언이 아닌 작심 발언이었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식 석상의 발언과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자비한 막말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정치인들 역시 한국과 관련해서 잊을 만하면 숱한 망언(妄言)과 막말을 내놓아 우리 국민의 공분을 일으켜 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유난히 씁쓸하다.

 

그 발언이 젊은 정치 지망생 입에서 나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따르는 정치 선배들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정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자리에서 구태의연한 정치권의 추태를 반복한 것이다. 정치부 기자로 은퇴한 어느 인사가 사석에서 한국 정치권의 언어 사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한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에는 배워볼 만한 사자성어로 정치 상황을 묘사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정치인이 드물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한자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쓴 지는 오래고, 그것이 이제 시대에 맞지도 않다.

 

하지만 그 전직 기자가 던진 메시지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고사성어를 써야 한다는 것도, 정치인들이 고사성어를 자유자재로 쓸 만큼 유식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 말의 숨은 뜻은 정치인들이 쓰는 말이 일반 시민들이 듣고 성찰과 공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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