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성옥)거짓된 구속사유 기재는 국가의 폭력

편집부 | 입력 : 2019/02/14 [20:58]

▲ 유성옥 dk 본부장

2019년은 정의로운 사회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은 사법이 제 길로 들어서는 첫 발일까. 증거가 필요한 만큼 확보되었기에 영장을 발부했겠지만, 법원이 직전 수장의 구속 재판을 인정했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영장을 심사한 법원은 피의자의 피의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었는가를 면밀하게 살펴보았을까. 피의자가 재판과 법관 인사를 침해한 물증들이 뚜렷하게 제시되었는지를 심도 있게 평가했을까. 

 

그리하여 피의자의 행위가 범죄에 이르렀는지를, 법문에 따라 단죄할 점이 명확한지를 따져보았을까. 의심은 지난 한 해 내내 쏟아져 나온 사법 농단의 의혹들을 지켜보았던 데서 비롯한다.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의혹의 정점에 대한 구속 결정에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떤 국민이 외부의 개입으로 법정이 오염되기를 바라겠는가.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그런데 영장 전담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고 밝혔다. 사안이 중대하고,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5시간 30분의 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10시간 동안 구속 여부를 검토한 결과다. 과연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이 7개월 동안 조사한 사건기록을 10시간 만에 정독할 수 있었을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검찰의 영장청구 사유와 사건기록의 그 관련 페이지들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피의자의 진술과 서로 어긋나는 증인들 진술의 진위를 가린다거나, 물증의 신빙성을 가리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영장전담 판사의 영장 발부 여부 검토는 미루어 해석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그 미루어 해석함이 국민의 여론을 핑계 삼는다면 그 결과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평가자의 불성실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방탄 법원이라는 국민적 비난이 혹시라도 미루어 짐작함에 명분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구속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미루어 해석함의 토대인 국민권익은 부적절한 권력에 뒤집어쓴 탈인 경우가 허다했다. 최근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라고 영장청구서에 담은 검찰과 경찰이 그 비근한 예라 할 것이다.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는 집회-시위가 금지된 장소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김수억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이었다.

 

검/경은 그에 대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피의자는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법체계를 무시한 채 불법적인 폭력집단투쟁을 계속해왔다며 혐의사실을 개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도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 처벌을 지시, 당부했다고 적시했다. 22일 비정규직 이제 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따르면 김 지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서에는 민주노총과 관련한 정치권의 비판 발언이 다음과 같이 인용됐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민주노총이기 때문에 손을 못 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래당 하태경 최고의원의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 등이 그것이다. 임종석과 김부겸의 발언은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의 엄단 처벌 지시와 당부로 인용됐다. 영장청구서는 특히, 하태경이 발언한 민주노총은 암적인 존재의 경우, 누가 발언했는지를 밝히지 않은 채 당 연석회의로만 표기해 마치 여당에서 나온 표현인 것처럼 편집했다. 이 인용에는 피의자를 어떻게든 구속시키겠다는 명백한 의도가 있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발언이 엄단 처벌 지시로 미루어 해석됐다.  민주노총도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이 적극적인 엄단지시로 미루어 해석 이다.

 

암적인 존재 부분은 특정 정당 인사가 정략적으로 과장한 수사다. 하지만 검/경은 그 말이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민주노총을 가리키는 것으로 미루어 해석했다. 나아가 그 발언이 여당에서 나온 것처럼 허위로 적시했다. 이 같은 검·경의 행태는 공안정국에 대한 향수와 욕망의 발로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검·경이 혐의 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을 영장에 기재해 영장전담 판사에게 예단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편견을 극대화하고, 영장실질심사 중에 수사과정에 대한 검사의 주관적인 주장과 허위 주장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양승태에 대한 구속 결정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허술한 사법절차의 현주소다. 검사의 직권남용과 전횡이 허용되는 단초라 할 것이다. 검사의 구속사유 조작을 엄단하는 형벌 법문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판사가 받아 들 지표의 투명성을 확보할 유일한 길이다. 공명정대한 구속 여부 결정을 방해하는 검사의 획책과 그럴 여지를 방치하는 것은 검찰 뇌 속의 부패한 환부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 거짓된 구속사유 기재는 국가의 폭력이다. 그러나 위법한 폭력을 휘둘러 억울한 피해자들이 속출해도 그 아픔을 모르며 반성할 줄 모르는 조직이다. 중증이 아닌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편견을 극대화하고, 영장실질심사 중에 수사과정에 대한 검사의 주관적인 주장과 허위 주장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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