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성옥)민생보다 당리당략이 앞서기는 안된다.

편집부 | 입력 : 2019/02/08 [15:40]

▲ 유성옥 dk 본부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한 북·미 정상회담 관련 음모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해석에 따라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데다 국제사회에 미칠 외교적인 파장도 만만치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이 있다. 한국당 전대가 예정된 27일과 겹치게 일정이 잡힌 것은 북한이 한국당에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인 정상회담 일정을 정할 때 한국당 전대를 고려했다고 전제해야 가능한 주장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된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면서 북핵 문제조차도 문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지도부도 의혹의 불씨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공교롭게 겹치게 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정을 최종 확정한 것은 협상 전략상 국가 이익을 고려한 선택이다. 한국당의 전대 일정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하는 사유가 됐다는 의혹은 관련 근거가 있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북한이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쇄하기 위해 오는 27일을 회담 일정으로 요구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셈이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하태경 미래당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 전 대표는 보수 진영 입장에서 시원시원한 말도 잘하지만, 이런 수준 이하의 음모론을 꺼낼 때가 아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달 말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확정 발표 이전부터 무게가 실린 방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시한인 2월까지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내길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고려할 때 3월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미국의 국내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의회 보고 일정을 고려할 때 2월 말에 회담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면서 한국당 전대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홍 전 대표의 음모론은 대체로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다.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방미단은 3월에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당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믿는다면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만날 때 사실관계를 문의하게 되지 않을까.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오는 27일로 잡힌 것은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물었을 때 미국 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대목이다. 설 연휴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2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이를 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전향적이었으며 물밑 조율이 의미 있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마침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직접 평양으로 가서 실무협상을 벌였다. 아직 뚜렷한 얘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비건 대표가 평양까지 찾아갔다는 점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다. 설 연휴를 보내고 모처럼 업무를 재개한 7일에도 여야 정치권은 날카로운 대치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이라면 2월 임시국회도 난망이다. 설 민심을 확인한 정치권이라면 민생이 얼마나 절박한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국회를 열고 민생을 챙기자는 데는 소극적이다. 민생보다 당리당략이 앞서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당이라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물꼬를 트고 평화체제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촉구하고 협력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쟁을 막고 평화의 시대를 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新) 북풍을 기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며 각을 세웠다. 언제는 북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더니 이제는 그렇게 하면 신 북풍이 우려된다는 음모적 색깔론을 펴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당리당략이라 하더라도 이런 정도라면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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