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권력의 광기 악수를 거듭 두고 있다.

유성욱칼럼 | 입력 : 2019/08/23 [10:20]

▲ 유성옥 칼럼

그렇다 광복 74주년을 사흘 앞에 둔 우리가 마주한 것은 되살아난 가미카제다. 이 괴물은 일극중심의 계통에서 잉태되고 배양되었다. 아베 정권이 한국 법원이 위안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을 외교적 빌미로 삼아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또는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내 지배 권력의 끈질기고 집요한 획책의 일환이다. 그 지배 권력은 누구인가?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는 일본회의를 지목한다. 이 집단의 목표를 정의하자면 국수주의적이고 역사 수정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가장 중시하여 열성을 다해온 주제는 천황제의 수호와 그 숭배 현행 헌법과 그로 상징되는 전후체제의 타파 애국적인 교육의 추진, 전통적인 가족관의 고집, 자학적인 역사관의 부정 등 다섯 가지다.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하더니,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본 내 시민사회의 양심적 지식인들조차 한국에 대한 적대행위 경제 제재는 부적절하고 부당하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과거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진솔한 사과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의 대일무역적자가 700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경제 제재 실익도 없어 보인다.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수출 규제 단행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시켜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려던 목적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일본을 전쟁 가능국가로 만들려는 헌법 개정을 당장 시행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집권공약인 헌법 개정을 계속 추진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국 국민을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로 부추기며 한국에 대한 적대 의식을 갖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2차대전 이전 일본 지배 권력의 영토 확장 패권주의에서 기인한다.

 

일본회의가 인접국들을 다시 전략적 적대관계로 몰고 가는 것은 평화에 길들여지는 자국민의 의식을 자각시켜 종국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방편이다. 이 집단은 자신들의 방향성을 침해하거나 경시하는 정책과 언동에 대해서 과민할 정도의 반응을 일으켜 왔다. 그동안 일본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혹은 금기시 해온 존재 일본회의는 2014년 아베가 내각을 구성했을 당시 각료 19명 중 15명이 속해 있던 조직이다. 일본 내 유력한 방송사의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출 규제에 대해 타당하다는 응답이 58%로, 타당하지 않다는 답변 24%을 압도한다. 

 

또 일본 내 유력한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총리 임기 내 개헌 추진에 대해 응답자의 52%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오사무는 이 같은 일본 국민의 적대적-호전적 의식이 아베 정부를 움직이는 일본 우익의 최대 로비단체인 일본회의에 의해 자극된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회의는 1974년 우파계 종교단체가 중심이 돼 결성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1981년 정·재계, 학계, 종교계 우파가 총결집해 만든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1997년 5월 30일 통합하면서 결성된 조직이다. 오사무는 일본회의의 뿌리인 종교심에 주목한다. 일반인의 감각으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심어진 종교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쉽게 바뀌지 않고 바꿀 수조차 없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신경 쓰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믿는 바를 향해 오직 직진할 뿐이다. 그래서 강하다. 그래서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끈질기다. 그것은 확실히 끈기 있고 인내심 강한 활동의 근원이 되었고, 일본회의와 같은 조직을 육성하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고도 할 수 있다. 영어권에서 현대 천황제 연구의 일인자로 알려진 케네스 루오프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목표는 메이지의 정치체제와 이념의 부활로 귀결된다. 전쟁 전 체제로의 회귀가 핵심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회의의 원류라 할 신흥종교단체 생장의 집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회의라는 거대한 우파단체를 만들어 키워온 이들의 핵심과 주변에는 전공투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우파학생운동을 조직한 생장의 집 신자들이 있다. 이들은 창건자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주창한 국민주권의 철폐와 천황주권 수호, 현행 헌법의 파기와 메이지헌법 체제로의 회귀를 열렬히 신봉하면서 정치운동과 조직구축에 전력을 다해왔다. 섬뜩할 정도로 복고적인 이러한 사상과 가르침은 전후 일본 우파에 면면히 계승되었고 우파계 문화인뿐만 아니라 정계 주류의 여당 간부, 재계 인사들도 폭넓게 신봉해왔다. 신사 본청과 메이지 신궁, 야스쿠니 같은 신사 외에도 신도계와 불교계 등 다수다.

 

정복에 전부를 거는 집단의 광기를 학습했다. 전쟁에 임해서는 최후의 1인까지 싸우다 천황을 위해 산화하며, 장렬한 마지막을 아름답게 여기는 카미카제가 우리 눈앞에 불쑥 다가서 있는 것이다. 아니, 목하 일본은 74년의 시간을 지우고 74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국민의 안위는 뒷전이었던 그들이다. 지금 일본은 경제사회는 물론 문화·예술 분야까지도 통제되는 표현 부자유의 나라가 되었다. 일본을 장악한 바로 그들이 경제전쟁을 주도하며 패권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일본회의는 이렇게 역사적 증거를 들이밀어도 꿈쩍 않는 아베의 뻔뻔함의 출발점인 동시에 우경화의 종착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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